많은 대학에서 이공계열 학과의 졸업요건으로 랩 로테이션(Lab Rotation)을 시행하고 있다. 이를 단순히 졸업 논문을 작성하기 위한 형식적인 절차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대학원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는 학부생이라면 실험실 생활을 미리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필자의 경험과 주변으로부터 들은 것을 토대로 하여, 학부생이 인턴 활동에 참여할 때 염두에 두면 좋을 것들을 적어보겠다.
1. 연구실끼리 비교해보기
(1) 교수의 성품 및 성격
당연한 이야기지만, 교수의 성품은 정말 중요하다. 연구를 지도해주는 것도, 논문을 봐주는 것도 교수이기 때문에 지도 교수는 대학원 생활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대상이다. 교수도 사람인지라 성격은 천차만별이고 범법행위를 저지른 것만 아니면 개인의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따라서 인턴 생활 중에 대학원생들이 주고받는 말에 귀 기울이며 교수들의 성격을 미리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학원은 교수에 따라, 그리고 실험실에 몸담고 있는 연구원에 따라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다. 학부생들 사이에선 성격 좋은 교수님으로 소문이 나 있어도, 대학원생들 사이에서는 악명 높은 교수일 수도 있다. 그리고 아주 드물기는 하지만 학부생들에게는 별로 인기가 좋지는 않아도 의외로 대학원생들에게는 평판이 좋은 교수들도 더러 존재한다.
(2) 대학원 월급
세부 전공이 같아도 교수에 따라 월급이 달라진다. 연구실은 교수가 꾸리는 하나의 작은 행정도시와도 같다. 단과대학이 정해주는 큰 틀 안에서 교수의 재량대로 월급을 더 줄 수도, 덜 줄 수도 있다. 보통 이공계 대학원은 졸업요건으로 실험실 조교 활동을 하는데, 이때 조교 활동비가 지급된다. 그리고 이 조교 활동비는 교수의 재량에 따라 실험실의 연구비로 흡수될 수도 있고, 또는 대학원생 개인의 월급으로 들어올 수도 있다. 참고로 대학원생의 조교비는 대략 200만 원 언저리다.
(3) 연구원들의 분위기
이 또한 정말 당연한 이야기지만, 실험실의 대학원생들이 어떤지 보라. 실험실의 분위기는 정말 중요하다. 이공계 대학원의 경우 인원이 많아야 열 댓 명, 적으면 서너 명이므로 한 명, 한 명의 영향력이 정말 크다. 대학원에 진학하면 아침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거의 매일 얼굴을 보고 지내야 한다. 이 와중에 따돌림이 있다면? 또는 필요 이상의 위계질서나 군대 문화가 존재한다면?
이 또한 당신이 감내할 수 있는지 학부생 인턴일 때 파악해야하는 사항이다.
(4) 교수의 연구 실적
사람에 따라서는 교수의 연구 분야만 본인이 원하는 것이면 위의 (1), (2), (3) 번은 크게 개의치 않을 수 있다. 정말 연구자로서의 삶을 갈망해왔던 사람이라면, 어떻게 보면 (4)번이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바로 교수의 연구 실적이다. 가장 쉬운 방법은 학내 사이트에서 교수의 이름을 검색하고 개별 연구실의 사이트에 들어가보는 것이다. 하지만 교수에 따라 사이트를 잘 관리하지 않고 발표한 논문을 제 때 업데이트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2. 성실한 모습을 보이자
의외로 학계가 정말 좁다. 같은 학교 내에서 다른 학과 교수들끼리 친분이 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타 학교의 교수들끼리도 친분이 있는 것도 당연하다. (우리도 다른 학과, 다른 학교에 친구가 있지 않은가!) 따라서 지금 당장 인턴 활동을 하는 연구실에 졸업 후 진학할 것이 아니어도, 마지막까지 성실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좋다. 앞선 글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대학원 졸업 시 석사는 두 명의 다른 교수, 그리고 박사는 네 명의 다른 교수로부터 논문 심사를 받는다. 이 때 경우에 따라서는 타 학교의 교수가 심사를 하기도 한다. (물론 이는 지도 교수의 재량에 따르기도 하고 연구실 분위기에 따라 본인이 직접 심사할 교수를 선택할 수도 있다)
그러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교수들도 학생들에 대한 뒷얘기를 많이 한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잠깐 인턴으로 있었어도 성실한 자세로 연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모습을 보이면 좋은 평판이 나게 되어 있고, 추후 대학원에 진학해서 더 수월한 생활을 할 수도 있다. 물론 그 반대로 나쁜 평판을 쌓았다면 그에 따라 본인에 대한 선입견을 등에 지고 대학원 생활을 시작해야할지도 모른다.
말이 쓸 데 없이 길어졌는데, 그러니까 한 마디로 말하자면 "교수들도 학생들 뒷담화 하니까 이왕이면 좋은 모습을 보여라" 라는 것이다.
이 외에도 유명한 웹사이트 '김박사넷'을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이 사이트에 이름이 오르내릴 정도면 정말 악독한 교수일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교수는 전부 장단점이 소소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기억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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